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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상담품질평가에 대한 세가지 문제의식 및 제언
작성자
윌토피아
등록일
2016-01-26
조회수
1648

소와 사자가 서로 사랑을 했습니다. 상대가 너무 소중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자는 소에게 맛있는 살코기를 주기 위해 열심히 사냥을 했고 , 소는 사자에게 싱싱한 풀을 주기 위해 열심히 풀을 뜯었습니다. 소는 사자에게  ‘건강에 좋은 웰빙 풀이야’라며 풀을 주었고, 사자는 소에게 ‘ 내가 당신에게 맛있는 살코기를 가져왔어’라며 살코기를 주었습니다. 둘은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상대가 애써 준 음식을 열심히 먹어보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둘은 헬쓱해졌습니다. ‘난 풀을 먹으면 기력을 못 쓴다구..”, “난 고기를 먹으면 죽을 수도 있어” 결국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도 서로에게 별 도움이 안된 소와 사자, 우리도 혹시 그들처럼 상담품질평가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고객이 진정 뭘 원하는지 잘 모른채 20개도 넘는 평가항목으로 매일 매일 녹취 평가를 하고 상담사를 훈련시키는 우리들, 그 노력이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이 되려면 무엇이 추가되어야 할까요?

 

권고사항 1.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압시다

이제 고객커뮤니케이션도 3.0 시대입니다. 1.0 시대가 ‘빠른 처리’에 집중했다면 2.0시대는 ‘친절한 응대’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더욱 빨리’, ‘더욱 많은’ 정보를 ‘더욱 친절하게 제공’하는 것은 ‘소와 사자의 사랑이야기’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해줄까? 더 잘해줄까? 남과 다를까?’를 생각하며 과도한 맞장구, 형식적인 미사여구, 오버된 미소를 남발하는 것은 조미료 많이 들어간 달착지근한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처럼 질리고 지루합니다. 마음에 없는 형식적 사과보다 맥락을 이해하고 진심을 담은 공감 한마디가 더 고객 마음을 흔듭니다. 요즘 고객센터 모니터링 컨설팅을 하다보면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고객님 말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른 궁금하신 사항은 있으십니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등의 멘트가 약속처럼 상투적으로 등장합니다. 맥락과 상황을 고려하여 그 순간 생각해서 말했다기 보다 순서에 입각하여 뭘 보고 읽는 것 같다고 여겨집니다. 그 멘트가 그 상담을 받은 그 고객에게 그 순간 의미있는 응대였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사는 그 영혼없는 멘트를 기계 찍어내듯 왜 하는 걸까요? 바로 상담품질평가때문입니다. 내부 모니터링 평가 기준에 감점되지 않기 위해 생각과 사려깊음을 버리고 표준멘트와 규율을 붙잡는 겁니다. 이제 원점에서 회의감을 갖고 우리를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작년 스크립트를  Ctrl C, Ctrl V 해서 몇가지 업무 지침 바뀐 거 수정 하고, 입에 붙은 멘트로 습관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권고사항2. 생각의 방향을 틉시다

이제 생각의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을 감동시키고, 고객을 졸도시킬까 하는  ‘상담품질평가 제공자 관점’을 넘어서야 합니다. 고객을 대상화, 수동화 시킨 채 공급자가 주고 싶은 것을 주다 보면 그들이 만족하겠지 라는 생각을 전환해야 합니다. 로보트처럼 묻는 말에 정확하게 답변하는 상담품질평가는 더 이상 콜센터가 아니더라도 SNS, 인터넷 지식인, 인공지능 검색서비스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상담사에게 고객이 기대하는 것은 융통성있는 나에게 꼭맞는 맞춤 컨설팅입니다. ‘정해진 절차, 뻔한 상품 설명, 마음에 없는 사과’보다 ‘나에게 맞는 최적의 대안을 내 감정을 고려하여 내가 받아들이고 싶게 리드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위해서 인터넷 검색을 제쳐두고, 번거로운 ARS 절차를 무릎쓰고라도 상담사를 기다린 것입니다. 이제 상담사의 핵심역량은 예쁜 목소리, 유창한 언변이 아니라 상대 입장 헤아리는 감수성, 상대 상황에 맞추는 융통성입니다.


흔히들 ‘신발 바뀌신기’라는 말을 합니다. 상대의 신발을 신어보면 상대 입장, 상대 관점, 상대 습관이 상대 시각으로 보입니다. 이제 경쟁력 있는 상담사의 새로운 화두는 ‘고객신발로 바꿔신기’입니다. 진정한 고객 관점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은 이 순간 무슨 느낌이 들까? 고객은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할까? 고객은 이 순간 무엇이 필요할까? 이 고객에게 제일 간절한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권고사항3. 똑똑함을 넘어 현명함을 추구합시다

매뉴얼에 고지하고 의무사항을 만들어 규율과 지침대로 일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매뉴얼에 치여 분별력과 판단력을 포기해버리면 서로에게 재앙입니다. 고객에겐 분별력있는 상담 대신 기계적인 처리만을 제공하고, 회사는 점점 더 복잡하고 종류가 많은 지침을 만들어야 합니다. 상담사 또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려 무기력하게 시키는 일만 하게 됩니다. 이제 지침 없이는 화장실도 스스로 판단하여 못 갈 판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업무의 참된 목적을 압니다. 업무의 참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각자의 재능과 판단력을 발휘합니다. 이것이 수칙을 따르는 것보다 훨씬 지혜를 발휘하게 합니다.


실험에서도 입증되었습니다. 심리학자 칼 웨익은 소방관의 업무 지침을 관찰하여 그들의 화재진압 성공율을 조사하였습니다. 칼웨익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50년대 이전에는 야생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의 업무수칙이 매우 간단했다고 합니다. ‘ 1. 기회가 있을 때 맞불을 놓아라. 2. 화력원이 적은 산마루에 올라서라. 3. 불길을 돌리되 다 타버린 구역으로 돌려라. 4. 바람 없는 바위나 암석에 서서 불길이 발 딛고 선 지점에 못오게 하라.’ 이렇게 딱 네가지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점점 지침이 상세해져서 48개 항목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소방관의 생존율은 더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상세한 지침보다  포괄적인 지침이 오히려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융통성을 용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점검사항이 길어지면 유연한 대처도 가로막히고 규율에만 의존하면서 필요한 판단력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 입니다.


규율은 보조수단이지 정답이 아닙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준보다 마음입니다.다. 법이 미처 손닿지 않는 자리를 관습과 전통이 메우듯이 공식적 약속으로 커버할 수 없는 곳엔 마음이 메워야 합니다. 안 그러면 경로석과 임산부 전용칸을 의무화하듯, 고객 마음을 진심으로 교류하는 체크항목을 의무화해야 할지 모릅니다.

 

상담품질평가는 고객이 진화하는 만큼 진화합니다. 웹3.0시대 에 맞게 고객커뮤니케이션 3.0을 디자인 해야 합니다. 우리가 20개 항목으로 체크하는 그 행동 하나하나가 고객에겐 그냥 복잡한 처리 절차일 뿐 고객이 진정 기대하는 것은 아닐 지 모릅니다. 아닐 수 있다는 가정을 할 때 새로운 게 보이고, 모른다는 전제를 깔 때 배우려 듭니다. 고객이 말하지 않는 행간의 것을 읽고 들어야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단정 짓지 말고  ‘말하지 않는 영역을 들을 자세가 되겠습니다’라고 선언해야 합니다. 지금은 섣부른 해답보다 현명한 질문이 필요한 때입니다. 더 이상 소와 사자처럼 사랑하지 맙시다. 각자를 위해 애쓰는데 각자에게 곤혹인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내가 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가 받고 싶은 것을 찾는 사려깊은 상담품질평가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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